직장인 10명 중 7명이 번아웃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낯설지 않은 시대다. 잡코리아가 직장인 3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69.0%가 번아웃 증후군을 겪었다고 답했으며, 그중 30대의 경험률이 75.3%로 가장 높았다. 업무량과 책임이 늘어나는 시기, 가정과 회사를 동시에 챙겨야 하는 시기마다 슬럼프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중요한 건 슬럼프 자체가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통과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슬럼프를 겪고 다시 일어선 SIMPAC 구성원의 이야기와 무기력에 대처하는 법을 전하는 책 그리고 뇌과학이 말하는 회복의 원리를 함께 소개한다.
Interview
슬럼프,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김현진 매니저 · SIMPAC인더스트리 생산팀
입사 4년 차, 둘째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찾아온 6개월간의 무기력증. 인더스트리 생산팀 김현진 매니저가 그 시간을 어떻게 통과했는지 들어봤다.
번아웃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찾아오지 않는다
입사 4년 차이던 김현진 매니저(SIMPAC인더스트리 산업기계 구매관리, 현 6년 차)에게도 그랬다.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시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아이를 챙기는 일과 회사 업무를 동시에 짊어지면서 체력과 마음의 여유가 바닥나기 시작했다. 업무는 이미 익숙했지만, 갑작스레 달라진 환경에서 오는 부담은 생각보다 컸다.
슬럼프의 얼굴
그 시기에 김 매니저를 지배한 건 “오늘 하루를 버틴다”는 감각이었다. 업무에 집중하려 해도 쉬 피로했고, 퇴근 후에도 충분히 쉬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매사에 무기력해졌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이 상태가 약 6개월간 이어졌다. 본인뿐 아니라 가족 그리고 알게 모르게 주변 동료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고 그는 회상한다.
전환점
변화는 거창한 계기가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왔다. 가족과 지인, 직장 동료들의 격려와 위로가 무기력한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특히 늘 곁에서 힘을 북돋아 준 가족은 가장 큰 버팀목이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건넨 한마디도 힘을 발휘했다. “과거에 더한 어려움도 이겨냈으니, 이번에도 이겨낼 수 있다.”
효과 있었던 것, 없었던 것
도움이 된 건 거창한 처방이 아니다. 하루에 짧게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 그리고 새로 시작한 러닝이었다. 달리기는 효과적인 건강 관리법이자 스트레스 해소의 통로였고, 마라톤 완주 메달을 받았을 때는 ‘지금의 힘든 시간도 언젠가 값진 보상으로 돌아온다’는 믿음을 얻었다.
이와 반대로 효과가 없었던 건 술이다. 마실 때는 잠시 무기력에서 벗어난 듯했지만, 결국 슬럼프 극복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더 큰 피로와 부담으로 돌아왔다. 평소 즐겨 보던 한 유튜브 채널 운영자의 말이 정답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술은 기분이 좋을 때 마셔야 하는 겁니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땐 입에 대선 안 돼요.”
지금 돌아보면, 그리고 후배에게
당시엔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고 한층 성장하는 시간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무엇이든 잘해내려면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할 것이 아니라, 자신을 아끼고 바로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그 시기에 깨달았다.
“슬럼프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습니다. 특히 육아나 가족의 건강 악화 같은 환경 변화가 있을 땐 더 흔하게 생기는 일이고, 때로는 아무 이유 없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럴 땐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세요. 지금의 어려움도 결국 지나가는 과정이고, 그 경험이 앞으로 자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겁니다.”
선(先) 행동, 후(後) 동기부여
무기력의 시대에는 작은 행동을 먼저 시작하는 쪽이 더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혼자만의 시간이나 러닝 같은 행동들도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거창한 결심이 서거나 의욕이 생기는 걸 기다리기보다 몸을 먼저 움직이는 작은 습관이 무기력을 벗어나는 시작점이라는 것이다.
슬럼프는 예고 없이 닥치고, 때로는 이유조차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그 시간은 지금의 어려움도 결국 지나가는 과정임을 깨닫게 하고, 그 경험은 앞으로의 자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스스로를 채찍질하기보다 아끼는 것, 그리고 의욕을 되찾기를 기다리기보다 작은 행동을 먼저 시작하는 것, 그것이 슬럼프를 통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슬럼프는 특정 시기에 또는 환경 변화와 함께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미 무기력에 빠졌을 때는 어떻게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가 쓴 《무기력 디톡스: 지친 마음에 시동을 거는 마인드 부스팅 수업》(웅진지식하우스)은 이 질문에 임상적이고 실용적인 답을 제시한다. 저자는 팬데믹 후유증과 사회 전반의 대전환에 따른 정신적 에너지 고갈, 일상에 침투한 미세 스트레스 등이 겹치며 국가와 세대를 막론하고 동시다발적으로 무기력을 겪는 ‘집단 무기력’ 시대가 도래했다고 진단한다.
나아가 무기력의 심각성이 이제 개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지적하며,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한 무기력 매뉴얼을 제시한다. 이 책이 제안하는 핵심 전략은 ‘선(先) 행동, 후(後) 동기부여’다. 많은 사람이 의욕과 동기가 부여되는 순간을 기다리지만, 그런 완벽한 타이밍은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기부여가 행동을 이끈다는 통념과 달리, 행동이 동기부여를 낳는다.
뇌과학이 말하는 번아웃 회복법
번아웃 회복을 뇌과학 관점에서 짚은 연구자도 있다. 신경과학자 웬디 스즈키 뉴욕대 교수는 저서 《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에서 자신의 번아웃 경험을 연구로 풀어냈다. 그는 번아웃 극복의 핵심이 지친 뇌를 그저 쉬게 두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뇌 전체를 균형 있게 사용하는 데 있다고 보았다. 무뎌진 운동영역을 자극하는 것만으로 기분과 기억력, 집중력이 함께 좋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뇌 가소성, 즉 경험을 통해 뇌가 변화할 수 있는 능력에 주목한 결과다. 연구자로서 성취를 거듭하면서도 정작 자신을 돌보는 일에는 소홀했던 그가, 운동을 통해 무뎌진 뇌의 영역을 다시 깨우면서 잃어버렸던 열정을 되찾은 경험은 슬럼프를 겪는 모든 직장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서 김현진 매니저가 러닝을 하며 슬럼프를 벗어난 것도 이 원리와 맞닿아 있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단순한 기분 전환을 넘어, 실제로 뇌의 작동 방식을 바꾸는 회복법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결국 슬럼프를 통과하는 좋은 방법은 누구에게나 비슷하다. 동기부여를 기다리지 말고 작은 행동부터 시작할 것. 이번 호 인터뷰와 두 권의 책이 공통으로 건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슬럼프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습니다. 특히 육아나 가족의 건강 악화 같은 환경 변화가 있을 땐 더 흔하게 생기는 일이고, 때로는 아무 이유 없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럴 땐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세요. 지금의 어려움도 결국 지나가는 과정이고, 그 경험이 앞으로 자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겁니다.”
다시, 나를 위한 하루
슬럼프를 이기는 건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작은 습관이다. 오늘부터 시도할 수 있는 다섯 가지 TO DO 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