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일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

PRESS & MORE · Material Note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일

Perfumer H 리테일 매니저와 스토어 매니저가 들려주는 향 이야기.

SIMPAC Magazine Vol.61

이끼에서 영감을 얻은 Perfumer H의 Moss.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향을 추구한다.

향수는 보이지 않는다. 뿌리는 순간 공기 속으로 흩어지고, 남는 것은 오직 기억과 감각뿐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다루는 Perfumer H는 영국 조향사 린 해리스가 2015년 설립한 브랜드로 향을 단순한 제품이 아닌 ‘후각적 풍경’으로 제안한다. 자연에서 길어 올린 원료, 장인의 손을 거친 유리병, 그리고 사람마다 다르게 피어나는 발향까지.

Perfumer H의 세계는 감각의 층위를 하나씩 열어가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도산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리테일 매니저와 스토어 매니저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었다.

Perfumer H는 ‘하나의 스타일, 하나의 비전’이라는 철학을 내세웁니다. 이 철학이 실제 제품과 브랜드 운영 방식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나요?

Perfumer H는 창립자 린 해리스의 조향 철학을 바탕으로 하나의 일관된 스타일과 비전을 섬세하게 유지해 온 브랜드입니다. 자연에서 비롯된 감각과 개인적인 기억을 ‘후각적 풍경’처럼 표현하며, 화려하게 드러나기보다 ‘나’에게 집중하는 깊은 향을 추구합니다. 이러한 철학은 향뿐 아니라 보틀, 공간, 서비스, 고객경험 전반에 동일하게 반영되어 Perfumer H만의 절제된 미감과 태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날 니치 향수 시장에서 Perfumer H가 차별화되는 지점은 어디라고 보나요?

향을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감각 경험’으로 접근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입니다. Perfumer H의 향수는 그 사람의 체온과 닿으면 발향이 전혀 다르게 됩니다. 화학 원료를 최소화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한데, 그래서 Perfumer H의 향은 진짜 ‘나만 알고 싶은 향’, 나에게 좀 더 집중하는 향이 됩니다.

린 해리스의 유년 시절이 브랜드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린 해리스는 스코틀랜드 황무지와 웨스트요크셔의 자연 속에서 보낸 유년 시절의 기억이 향에 대한 감각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줬다고 이야기합니다. 꽃과 나무, 계절의 변화에서 얻은 기억은 단순한 자연 향의 재현이 아니라, 여러 향료를 복잡하고 정교하게 조합해 매우 개인적이고 시적인 향으로 표현됩니다. 예를 들어 ‘Ink’는 어린 시절 독서와 글쓰기를 사랑했던 기억에서, ‘Pantry’ 카테고리는 할머니 곁에서 쌓은 따뜻한 생활의 기억에서 출발한 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원료 선정 기준이 궁금합니다.

자연원료가 지닌 본질과 질감을 중요하게 다루며, 원료의 품질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습니다. 특정 국가나 플랜테이션의 규모에 얽매이기보다 작은 마이크로 농장이라도 원료의 완성도와 개성이 뛰어나다면 적극적으로 선택합니다.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조향 방식과 현대적인 감각을 결합해 직관적이면서도 시적인 향을 만들어 갑니다.

“린 해리스가 어릴 때부터 아침마다 홍차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걸 오랜 루틴으로 삼아왔대요. 향수를 하나의 일상적 리추얼로 확장하고 싶다는 브랜드의 철학과 자연스럽게 연결된 거죠.”

Perfumer H에서는 핸드블로운 글래스 향초를 리필할 수 있다. 직접 시연하고 있는 스토어 매니저 공지안.

Perfumer H의 리테일 매니저 유보라가 브랜드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을 들려주었다.

하나의 향이 완성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Perfumer H는 하나의 향을 만들 때 먼저 특정 장면이나 감각적인 이미지를 설정하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이후 그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원료를 조합하고, 시간에 따른 변화까지 확인하면서 반복적으로 밸런스를 맞추는 과정을 거칩니다. 어떤 향은 비교적 빠르게 완성되지만, ‘Steam’처럼 10년이 걸린 향도 있을 만큼 하나의 향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매우 깊이 있고 치밀합니다.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향을 소개할 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나요?

향은 기억과 완전히 연결되어 있는 영역이라서 이미지로 설명해 드리면 조금 더 쉽게 이해하세요. 35가지 향을 한꺼번에 시향하기보다는 매장 직원과 대화를 나누며 취향과 상황에 맞춰 그 수를 좁혀 가다 3~5가지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해요. 마인드맵을 그리듯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인데, 특히 저희 브랜드는 살에 남는 향이 시너지 효과를 더해 주기 때문에 반드시 착향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모든 향수 제품은 시향이 가능하다. 하나씩 천천히 향을 맡다 보면 각자의 취향을 찾아갈 수 있다.

클래식한 방식으로 향을 남긴다.

핸드블로운 유리병과 리필 스테이션까지 흥미로운 요소가 많습니다. 매장에서 고객들이 특히 관심 가지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리필 스테이션을 흥미롭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마이클 루 장인이 3일에 걸쳐 손으로 직접 만드는 핸드블로운 유리병은 같은 제품이어도 두께나 투명도가 다 달라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병이 됩니다. 다 쓰신 후에는 리필 스테이션에서 원하는 향으로 다시 채울 수 있고, 해외 매장에서도 50% 할인된 가격으로 교환이 가능해요. 병이 버려지지 않고 계속 순환되는 구조인데, 한국 고객들은 직접 고른 병에 애착이 생겨서 새 제품으로 교환하기보다 리필을 선호하시더라고요.

전 세계 매장 가운데 도산점에만 티룸이 있습니다. 차와 향수를 함께 운영하는 이유가 있나요?

린 해리스가 어릴 때부터 아침마다 홍차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걸 오랜 루틴으로 삼아왔대요. 향수를 하나의 일상적 리추얼로 확장하고 싶다는 브랜드의 철학과 자연스럽게 연결된 거죠. 한국 도산점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매장이다 보니 이 공간에서 그 꿈을 실현할 수 있었다고 해요. 차와 음식은 향과 마찬가지로 기억과 감각을 환기시키는 매개이기 때문에, 티룸 안에서 향을 더 깊고 오래 경험하게 하는 자연스러운 확장으로 이어집니다. 영국의 ‘포스트카드 티’와 협업해 각 차밭을 직접 선별한 티를 선보이고, 향수 이름과 연결된 잼과 다과도 함께 구성되어 있어요.

이번 여름, 추천하는 향이 있다면요?

‘Rhubarb’와 ‘Steam’을 추천해요. ‘Rhubarb’는 풀 향에 가까운데 거기에 스트로베리나 레드베리 계열이 살짝 더해져서 여름에 산책할 때 쓰기에 딱 좋아요. ‘Steam’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향이기도 한데, 그린티 베이스라 무겁지 않고 산뜻하면서도 안개가 흐르는 풍경 같은 감각이 담겨 있어요. 개운하고 시원한 느낌이 나서 여름에 썼을 때 특히 좋습니다.

More Stories

리스텍비즈가 개척하는 고순도 산화아연의 세계

Object of the Month

압력이 형태를 만들고, 기술이 세상을 바꾼다

Tech & Life

모든 형태는 처음 한 번의 압력에서 시작된다

Synergy for Impact

지금, SIMPAC케이디에이에서는

Field Report

현장을 안전하게 바꿔나간다는 것

A Day At

Perfumer H, 도산에 피운 향의 풍경

Atelier Report

SIMPAC그룹, 새로운 도약을 향해 나아가다

News Brief

여행의 감각

After Hours

기술로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사람들

My T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