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umer H, 도산에 피운 향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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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AC NOW · Atelier Report

Perfumer H, 도산에 피운 향의 풍경

SIMPAC이 만드는 또 다른 세계.
공간, 제품 그리고 감각으로 SIMPAC의 세계가 확장된다.

SIMPAC Magazine Vol.61

착착 스튜디오가 설계한 도산 플래그십 스토어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한국의 재료와 장인의 작업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공간이다.

1층 라이브러리에 진열된 Perfumer H 컬렉션. 라이브러리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향을 찾을 수 있다.

서울 압구정동 도산공원 인근에 착착 스튜디오 김대균 소장이 설계한 단독 2층 건물이 조용히 서 있다. 간판보다 분위기가 먼저 말을 건네는 공간. Perfumer H 도산 플래그십 스토어다. 영국 조향사 린 해리스Lyn Harris가 2015년에 론칭한 이 브랜드는 ‘하나의 스타일, 하나의 비전’이라는 철학 아래 향수를 단순한 제품이 아닌 감각적 경험으로 제안해 왔다. 그리고 그 경험이 이제 SIMPAC아뜰리에를 통해 한국에 뿌리내리고 있다.

플래그십 스토어의 공간은 층마다 역할이 다르다. 1층에는 향수와 캔들, 유리공예가 마이클 루Michael Ruh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오브제들이 브랜드의 감성을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마이클 루의 핸드블로운hand-blown 수제 유리병은 하나를 만드는 데 사흘이 걸린다. 같은 제품이어도 두께와 투명도가 조금씩 달라 세상에 단 하나뿐인 병으로 완성된다. 2층은 차를 중심으로 한 티룸이다. 린 해리스가 어릴 때부터 아침마다 홍차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했던 개인적 루틴에서 비롯된 공간으로, 전 세계 Perfumer H 매장 가운데 한국 도산점에만 존재한다. 영국의 티 브랜드 포스트카드 티Postcard Teas와 협업해 각 차밭에서 직접 선별한 차를 선보이며, 향수 이름과 연결된 티와 잼도 함께 구성된다. 3층에서는 전시와 아티스트 협업, 문화 프로그램이 이루어진다. 향에서 시작한 감각 경험이 라이프스타일과 문화로 번져나가는 구조다.

공간 설계의 핵심은 ‘후각적 풍경’을 물리적 공간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착착 스튜디오는 영국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한국의 재료와 공간감, 장인의 작업을 자연스럽게 접목했다. 미니멀하지만 차갑지 않고, 낯설지만 어딘가 익숙한 감각. 그것이 이 공간이 만들어내는 첫인상이다.

매장 입구 옆에는 파빌리온이 자리하고 있다.

향수와 캔들, 오브제가 놓인 1층 공간. 직원과의 대화를 통해 취향을 좁혀가며 나만의 향을 찾아간다.

린 해리스가 조향할 때 입는 재킷과 셔츠.

컬렉션은 약 35가지 향으로 구성된다. ‘Ink’는 어린 시절 독서와 글쓰기를 사랑했던 기억에서, ‘Steam’은 산속 차밭과 안개가 흐르는 풍경에서 출발한 향이다. 유행을 따르기보다 자연, 기억, 감각이라는 브랜드의 핵심 언어 안에서 새로운 향을 더하고 조율해 가는 방식으로 컬렉션을 유지한다. Perfumer H의 향은 뿌렸을 때 곧바로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다 피부에 닿아 체온에 반응하면서 비로소 그 사람만의 향으로 피어나는 특성이 있다. 화학적 원료를 최소화해 향이 오래가고, 같은 향수를 뿌려도 사람마다 향이 다르다. ‘나만 아는 향’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 이유다.

1층에 자리한 라이브러리 공간에서는 직원과 깊이 있게 대화하며 취향을 좁혀가는 방식으로 향을 고른다. 35가지 향을 한꺼번에 시향하기보다 3~5가지에서 시작해 마인드맵을 그리듯 나에게 맞는 향을 찾아간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듯, 자신만의 향수 레시피를 천천히 빌드업해 가는 방식이다.

매장 곳곳에 한국 공예가의 작품이 놓여 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태도도 공간 안에 녹아 있다. 리필 스테이션에서는 다 쓴 핸드블로운 유리병에 원하는 향을 다시 채울 수 있다. 해외 매장에서도 50% 할인된 가격으로 교환이 가능해 병이 버려지지 않고 계속 순환된다. 실용적 선택지이기도 하지만, 브랜드가 추구하는 공예적 태도와 책임 있는 소비 방식을 함께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Perfumer H다운 방식이다.

향과 공예, 차와 문화가 한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도산 플래그십 스토어는 SIMPAC이 제조업을 넘어 확장하는 또 다른 세계의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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