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공장의 굴뚝에서 날리는 분진은 오랫동안 처리 비용만 드는 산업폐기물이었다. 리스텍비즈RISTecBiz는 그 인식을 뒤집었다. 제철 공정에서 발생하는 아연을 함유한 분진을 습식 공정으로 정제해 고순도 산화아연(ZnO)으로 재탄생시키는 것, 이것이 리스텍비즈가 해내고 있는 일이다. 자원순환이라는 개념이 기업의 구호에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이 공장은 이미 그 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기술에서 출발한 사업
리스텍비즈의 출발점은 POSCO와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이 공동 개발한 습식 제조 공법이다. 2008년 RIST의 기술 자회사로 설립된 리스텍비즈는 국내 1호 ‘신기술창업전문회사’로 등록되며 연구소에서 개발한 기술을 현장 사업으로 전환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이후 10년간 RIST 산하에서 기술력과 안정적인 매출처를 다진 리스텍비즈는 2018년 SIMPAC그룹에 편입되며 새로운 성장 단계에 진입했다.
현재 리스텍비즈는 광양에 두 개의 공장을 운영한다. 제1공장은 순도 98%의 고순도 산화아연을 생산한다. 합성 공정에서 아연 외 금속이온의 산화물 생성을 억제하는 조건 관리가 핵심 기술이다. 제2공장은 아연순도 70% 제품을 생산하며, 원료 선별과 배합 관리를 통해 일정한 품질을 유지한다. 습식 제조 공법의 독점 사용권을 보유한다는 것, 이 점이 리스텍비즈를 국내 유일의 습식 고순도 산화아연 생산 기업으로 정립시킨다.
산화아연이 쓰이는 곳
산화아연은 산업계의 강력한 숨은 조력자다. 고무, 세라믹, 사료, 화장품, 화학재에 이르기까지 활용 범위가 넓다. 리스텍비즈의 제품이 고객사의 공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아래를 보면 알 수 있다.
고무 배합 — 고무 가황촉진제로 사용해 고무의 물성을 변화
세라믹 — 열팽창계수를 낮춰 제품의 품질 향상 및 산화 방지
사료 — 자돈 지사제
화장품 — 선크림의 UV 차단
화학재 — PVC 안정제, 우레탄 발포제, 부식방지용 피막제, 살균작용을 위한 의약품, 흰색 페인트 등
특히 리스텍비즈의 제품은 10대 유해 중금속 함량이 극히 낮아 RoHS 규제 대응이 필요한 유럽 수출 고객사에 경쟁력 있는 원료가 된다. 사료나 화장품처럼 인체에 닿는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일수록 이 기준이 더욱 중요하다.
ESG 이전부터 ESG를 실천한 공장
리스텍비즈의 원료는 철강 공장에서 발생하는 2차 분진이다. 폐기물을 회수해 고부가 소재를 만드는 구조 자체가 자원순환 경제의 실천이다. 건식 공정 대비 탄소배출량이 낮고, 원료 재활용률이 높아 고무·타이어·안료 업체의 친환경 제품 라인 구축에 필요한 원료로 자리 잡고 있다.
공급망 전반에 글로벌 ESG 경영 기준 충족을 요구하는 지금, 리스텍비즈는 협력사들의 탄소발자국 관리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협력사가 되고 있다.
18시간의 공정, 17톤의 결과물
리스텍비즈의 하루는 숫자로 설명된다. 원료투입으로 시작해 수세, 여과와 탈리, 건조 및 포장으로 이어지는 공정은 1근(오전 6시~오후 3시)과 2근(오후 3시~자정) 두 개 조로 나뉘어 총 18시간 가동된다. 18시간 동안 평균 원료 투입 3회, 탈리 공정 6회를 거쳐 17톤의 제품이 생산된다.
제품의 품질을 좌우하는 변수 중 하나는 수분이다. 수분 함량이 높으면 설비 부하가 발생하고 순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기 압착으로 수분을 1차 제거한 후 건조 공정에서 온도를 조절해 수분 함량을 1% 미만으로 관리한다. 철강 제조공정의 부산물에서 고순도 소재를 추출하는 리스텍비즈의 기술은 SIMPAC이 추구하는 “압력이 형태를 만든다”는 철학의 조용한 증거다. 눈에 띄지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될 원료를 탄생시키는 리스텍비즈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오늘도 산화아연의 흰 분말 속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